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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질주]썰매는 사랑을 싣고...비상의 날개를 펼쳤다. -이종경.최민희 러브스토리-
[꿈을 향한 질주]썰매는 사랑을 싣고...비상의 날개를 펼쳤다. -이종경.최민희 러브스토리-
  • 김재덕 기자
  • 승인 2020.03.15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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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감동 스토리33"
평창패럴림픽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았던 썰매 하키 이야기"
사진=감동의 눈물로 쓴 동메달 이종경 선수 작년의 빛을 꼭 갚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사진=감동의 눈물로 쓴 동메달 이종경 선수 작년의 빛을 꼭 갚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장애인문화신문=김재덕 기자]이종경(강원도청) 선수는 2003년부터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로 15년을 썰매를 탓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한국과 이탈리아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지난 2018년 3월 17일. 그날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그리고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터져 나온 관중 7,000여 명의 환호와 눈물의 애국가. 선수들과 관중이 하나가 되어 부른 얼음 위의 노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종경은 "이탈리아 선수들과 그동안 여러 차례 맞붙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 4년 전 소치 대회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졌지만 최근 캐나다 챌린지 대회에서 두 번이나 이겼다. 작년의 빚을 꼭 갚아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빙상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빨랐던 평균 나이 50.8세의 위대한 영웅들. 그 중심에는 이종경 선수(46)가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었지만, '아이스하키'를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사진=이탈리아와 3,4위전 경기를 마치고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경기 직후 링크장에 태극기를 깔아놓고 애국가를 열창하고 있다.. 거기 있었던 모든 선수들, 관중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며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고 있다.
사진=이탈리아와 3,4위전 경기를 마치고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경기 직후 링크장에 태극기를 깔아놓고 애국가를 열창하고 있다.. 거기 있었던 모든 선수들, 관중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며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고 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지난해까지 '아이스 슬레지하키'로 불렸다. 비장애인들은 스케이트를 신지만 장애인 선수들은 두 개의 날이 달린 썰매를 타고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의 썰매엔 선수들은 물론 가족들의 사랑과 꿈도 함께 실려 있다.

공격수 이종경은 2002년까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농구, 수영, 요트, 조정 등 스포츠를 좋아했던 그는 언제나처럼 패러글라이딩을 타러 대천으로 갔다. 사고는 한순간이었다. 하늘에서 스파이럴(나선형 급회전 하강) 기술을 쓰려는 도중 갑자기 추락하게 되어 그는 더 이상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활달한 성격의 그는 남들보다 빠르게 장애를 받아들였다.

사고가 난 뒤 병원에서 수영을 병행하며 재활에 집중했다. 운동 신경을 눈여겨 본 지인의 권유로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을 처음 접하게 됐다. 장애가 있으면 불편한 점들이 많다. 정적인 운동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빙판 위의 자유로움에 매료되면서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졌다. '장애인이란 편견을 깰 수 있는 스포츠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고 후 2년 만에 장애를 얻기 전처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아이스하키였다. 이종경은 시작하자마자 빙판 위의 자유로움에 매료되면서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졌다. 남들은 거칠고 힘들다고 하지만 썰매를 타고 얼음을 누비며 내 세상을 만들었다. 장애란 편견을 깰 수 있는 스포츠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대표팀 에이스인 '빙판의 메시' 정승환에게 하키를 권한 것도 이종경이었다. 그는 "썰매가 철제인데다 얼음을 찍는 픽이 날카로워 자주 다친다. 그런데 부상이야말로 하키의 매력"이라고 했다.

하키만큼 그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온 사람도 있었다. 바로 여자친구 최민희(32)씨였다. 두 사람은 2012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직장인 밴드 모임에서 만났다. 당시 최민희씨는 장애인 럭비 협회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것보다 공통분모가 많아 교제를 시작했다.

사진=180cm, 70kg' 큰 체구 덕에 몸싸움 하나는 자신 있다.
사진=180cm, 70kg' 큰 체구 덕에 몸싸움 하나는 자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김경만 감독 )' 주연 배우로 출연해 영화에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가감없이 소개됐다. 이종경은 영화 개봉이 늦어지면서 걱정했다. 헤어질 수도 있으니까? 농담 삼아 우리는 영화 나올때까지 헤어지면 안 된다. 서로 웃었다. 영화를 찍은 뒤 5년 후 지난 2018 평창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서야 어렵게 스크린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다행히도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다. 6년 간의 열애 끝에 올해 10월 결혼할 예정이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종경은 "처음엔 아버님이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장애도 장애지만 14살이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아버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라도 장애인 사윗감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종경과 최씨는 꾸준히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리고 6년 동안 이어온 사랑의 결실을 드디어 맺게 됐다. 올해 10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종경은 "이제는 장인 어른이 나를 자랑스러워하신다. 패럴림픽에도 와서 열렬히 응원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