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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한 삶] 정만용 선생의 위대한 여정 600km 완주
[장애를 극복한 삶] 정만용 선생의 위대한 여정 600km 완주
  • 김재덕 기자
  • 승인 2020.05.29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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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동안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서울까지 600km를 걸어
-물 위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니라 땅 위를 걸을 수 있는 게 기적
사진=좌)난치병을 앓으면서도 절대긍정 마인드를 놓치지 않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부부는 얼굴에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사진=좌)난치병을 앓으면서도 절대긍정 마인드를 놓치지 않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부부는 얼굴에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장애인문화신문=김재덕 기자]"위대한 여정 희망 걷기"의 멘토로 대장정에 나선 정만용 선생을 소개한다.

정만용 선생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4세 고령이지만, 지난 2020년 5월 2일 09:00 해남 땅끝마을 출발하여 600㎞ 걷기를 완주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장만용 선생은 지난 2012년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는 27일 동안 건강한 젊은이도 힘든 600㎞ 걷기에 도전에 성공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22~23㎞를 걸어야 완주할 수 있는 거리여서 높은 관심을 모았다.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뇌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분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떨림, 행동이 느려짐, 경직된 근육, 몸의 자세와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경직돼 걷기 힘들어지고 글쓰는 것, 밥 먹는 것조차 어렵다. 얼굴 표정에서는 웃는 모습을 관찰하기 힘들다. 육체적 어려움 외에도 정신적 고통이 크며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아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어 희귀성 질환으로 불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복서 무하마드 알리, 배우 로빈 윌리엄스도 이 병을 앓았다. 세계적으로 1000만 명, 한국에는 약 12만 명이 파킨슨병 환자가 있다.

그는 이달 2일 국토 남단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해 전남 강진·영암·나주, 광주광역시, 전북 정읍·김제·전주, 충남 논산·공주·천안, 경기 평택·화성·수원·의왕을 거쳐 28일 서울시청을 지나 여의도 태극기 공원에서 12시 정오 기점으로 대장정에 성공했다.

그가 도전에 성공한 도보 코스는 '코리아트레일(옛 삼남길)'로 불린다. 삼남길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충청, 전라, 경상 등 삼도를 오르내리는 중요한 대동맥 역할을 하던 옛길로 과거를 치르는 선비나 상인들이 지나던 길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영에서 옥살이를 하기 위해 지난 길이며 정도전이 유배를 가기 위해 지난 길이기도 했다. 원래 삼남길은 해남에서 남대문까지였지만 현재는 임진강까지 연결해 코리아트레일 코스로 정착됐다.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의 파킨슨병 환자가 매일 20㎞ 이상 27일을 걷는다는 것은 실로 초인적이다. 정씨는 파킨슨병 확진 이후 8년여 동안 매일 운동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동안 굳은 몸을 푼다. 그리고 러닝머신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매일 전신 스트레칭은 기본이다. 운동이 생활화돼 있는 정씨는 몇 년 전부터 한방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됐다.

 2018년 10월에는 춘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장 던졌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해였는데 다른 해에 비해 엄청나게 추웠다. 일반인도 포기자가 나올 정도였다.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에 갔는데 출발이라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출발선에 겨우 섰는데 막상 스타트 신호가 떨어지니까 거짓말처럼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5시간48분 이라는 기록으로 42.195㎞ 완주에 성공했다. 아내의 힘이 컸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 깃발을 흔드는 사람보다 그걸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더 훌륭하다는 말이 있다. 아내는 모든 짐을 등에 메고 옆에서 걷고 뛰었다. 내가 힘들어할 때는 몸을 잡아주며 ‘뛰어~’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서로 울면서 같이 뛰었다.

사진=우측)장애인문화신문 김재덕 발행인, 위대한 여정 정만용 선생과  행사 진행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측)장애인문화신문 김재덕 발행인, 위대한 여정 정만용 선생과 행사 진행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가 몸에 이상을 느낀 건 15년 전인 2005년부터였으니 꽤 오래전 일이다.  평소처럼 길을 걷는데 발 한쪽이 갑자기 힘이 빠져 헛디딘 다든지, 잔돌이나 경계석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잦았다. 처음엔 너무 타이트한 바지를 입어서 그런가, 전날 술을 많이 먹어 그런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다. 워낙 건강 체질이서 몸에 자신도 있었다. 그러다 2012년 서울에 출장을 와 있었는데 갑자기 손발이 떨려 전화기를 잡을 수도 없었다. 바로 병원으로 가 정밀 검사를 했는데 파킨슨병 진단이 나왔다.

그는 하늘이 아득해진다는 걸 처음 경험해 보았다. 내가 무슨 영화나 소설 주인공이 된 것도 아닌데,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오로지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데,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병과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사진=한중일난치병극복의료인회(대표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가 주최하고, 비영리 사단법인 문화나눔단체 ‘사색의 향기 박희영 이사장이 주관했다.
사진=한중일난치병극복의료인회(대표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가 주최하고, 비영리 사단법인 문화나눔단체 ‘사색의 향기 박희영 이사장이 주관했다.

난치병을 얻었지만 마음을 바꾸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슬로의 미학"이라고 할까. 비행기를 타면 구름하고 햇볕밖에 보이지 않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성냥갑 같은 자동차가 보이고 도시락 같은 아파트가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걸어가면 또 어떤가? 나비가 꽃에 앉은 것도 보이고 더 깊게 들여다보면 나비와 꽃과 대화도 할 수 있게 된다.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느리게 살다 보니 안 보이던 세상이 보였다. 전에는 남에 대한 이해심이나 배려가 없었다. 직원들이 출장 갔다가 감기라도 걸려 결근하면 정신력이 약하다고 타박했다. 그런데 내가 장애인이 돼 작은 계단 하나를 올라가지 못해 몇 십 분씩 서 있는 경험을 하다 보니 그런 과거가 부끄러웠다.

그는 병을 친구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완치는 안 돼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래서 평생 함께할 친구다. 이 친구를 좋은 쪽으로 유도해서 같이 잘 지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진="장애는 몸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옆에 서 있던 박옥영 아내, 위대한 여정 정만용 선생, 사색의향기 박희영 이사장이 600Km완주 위촉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장애는 몸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옆에 서 있던 박옥영 아내, 위대한 여정 정만용 선생, 사색의향기 박희영 이사장이 600Km완주 위촉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정만용 선생이 완주한 "위대한 여정 한반도 종단 걷기"는 파킨슨병을 비롯한 난치병 환자들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자는 큰 교훈이 담겨진 행사다.

주관사로 참여한 비영리 사단법인 문화나눔단체 사색의 향기 박희영 이사장은 장애인이 5월 2~28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하루 평균 23㎞씩 한 달 동안 총 600㎞를 걸어 여의도 태극기 공원까지 완주는 자기를 극복하는 한계의 도전에 성공한 정만용 선생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물 위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니라 땅 위를 걸을 수 있다는 게 기적이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하루만이라도 세상을 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걷지 못하는 사람은 하루라도 걸을 수 있기를... 말 못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한 마디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장애가 아닌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 간절하게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고 있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들인가"라고 끝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