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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장애인 '탈시설' 추진 본격화…"입소 80% 발달중증장애인, 시설퇴소는 사형선고" 반대 목소리도
2025년 장애인 '탈시설' 추진 본격화…"입소 80% 발달중증장애인, 시설퇴소는 사형선고" 반대 목소리도
  • 황경진
  • 승인 2021.08.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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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개최됐다. [사진=국무조정실]

[장애인문화신문] 황경진 =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탈시설' 정책을 환영하는 장애인단체는 오는 2041년까지 마무리되는 이 정책이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며 구체적인 예산 확충과 발달중증장애인을 위한 24시간 개인별 지원서비스가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발달중증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이용시설의 79%가 발달중증장애인이며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시설퇴소는 사형선고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 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위원회에서 장애인 정책 국정과제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을 심의했다.

두 안건 모두 장애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한 사안으로,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부는 우선,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40년 동안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노령화로 인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거주시설은 경직적 운영으로 장애인 개개인의 서비스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지역사회와의 단절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 및 코로나19 등 집단 감염에 취약한 한계가 있다는게 복지부의 지적이다. 

[자료=보건복지부]

이에 정부는 로드맵을 발표하고 앞으로 20년간 단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에 대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2022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관련 법령 개정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해 탈시설·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날 복지부는 “탈시설 정책이 본격 시작되는 2025년부터 매년 740여 명의 장애인에 대해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할 경우, 2041년경에는 지역사회 전환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시설 장애인 대상으로, 자립지원 조사를 연 1회 의무화하고 체험홈을 운영해 자립지원 시범사업 등을 통해 사전 준비 단계에서 초기 정착 지원까지 자립경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립지원사를 배치하고 주거 환경 개선 및 건강검진비를 지원할 계획이며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그러면서 주거유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장애인 일자리 확충 등을 통해 독립생활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거주시설 신규 설치를 금지돼고 현 거주시설은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변경해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대상 전문서비스 제공으로 기능을 변화한다.

또한, 이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및 장애인 복지법 전면개정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장애계는 장애인 정책을 시혜적 관점에서 권리적 관점으로 전환하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기 위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률 제정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정부는 UN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자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반영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 장애 개념을 고입해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장애영향평가를 도입해 정부 주요 정책의 수립단계부터 장애인차별 요소를 평가 및 시정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역사회 자립생활 보장 등 장애인의 기본권을 명문화하고 권리 구현을 위한 차별금지, 선거권 보장 등 정책의 기본방향도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지난 40년 동안 장애인 정책의 기본법 역할을 해온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대상 서비스·급여의 지원 대상·신청 절차 등을 정하는 복지지원 총괄법으로 개편된다.

특히,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내용과 방법 등을 신설해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정부는 로드맵 등을 차질없이 추진위해 정책단계별로 장애인 단체와의 소통, 관계부처간 긴밀한 연계체계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날 김부겸 총리는 “논의된 내용들에 대해 정부는 꼼꼼히 검토해서 탈시설 로드맵을 추진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안에 대한 논의내용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적극 보고하고 반영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중증장애인 가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약 3.3만 가구가 새로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또한 31년 만에 장애듭급제를 폐지해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지원체계로 혁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연금액을 월 최대 38만원까지 인상하고 발달장애인 주간·방과후 활동서비스 도입을 통해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했다.

[자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탈시설 로드맵' 발표 다음날인 3일 ‘너무 늦은, 너무 무책임한, 너무 긴 무개념한 탈시설 로드맵과 권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전장연은 “신규 시설 설치 금지, 인권침해시설 one strike-out, 시설 장애인에 대한 매년 의무적 자립지원조사, 주택과 주거유지서비스 지원 등 의미있는 시작”이라면서도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시작된 탈시설 정책이 문재인 정부 4년을 허비하고 1년을 넘기지 않은 시점에 12년이 지나서 이제 겨우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작하고 있다.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이어 “1985년 노르웨이 정부는 ‘시설해체법’까지 제정하면서 시설 기반의 서비스에서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로 변화를 국가가 책임지고 진행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용납할 수 없는 발달·중증장애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너무나 무책임한 내용들로 발표됐다”고 성토했다.

그들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주택과 24시간 개인별 지원서비스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 부족 때문에 이 모든 책임을 개인과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시킨 국가 책임의 부재가 그 진실”이라며 “기획재정부가 OECD 국가 꼴찌 수준의 장애인 예산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을 용납될 수 없는 죽음의 현실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시설 로드맵 실현에 실표한 예산 증액 없이 꼴찌 수준의 기존 장애인 예산만으로 장애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온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24시간 개인별 지원을 위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얼마나 확충할 것인지, 자립정착금을 얼마나 확보해 지원할 것인지, 어떠한 유형의 주택을 얼마나 확보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등 예산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내용이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2020년 장애인거주시설현황에서 거주인들의 평균거주기간을 18.9년, 평균연령은 39.4세 라는 것을 고려하면, 20년 후의 탈시설 지원계획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40년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보내야 하며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죽어야한다”며 “10년 내 탈시설 정책을 마무리 해야하고 10년 기간은 국회에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에 제시된 기간이다. 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상임위 법률 논의에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찬성의견으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탈시설 지원을 마무리하고도 계속 존속시키겠다는 전문서비스기관(24시간 지원 필요 장애인 대상)과 공동형주거지원(그룹홈)은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정부는 탈시설이 아니라 시설 소규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장애인들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1인 1실을 보장하고 장애당사자가 개별 분양. 임차 계약 등을 통해 당사자의 선택과 주거결정권이 보장되는 것이 기본조건이다. 기본이 지켜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발달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개인별 지원서비스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으며 안전하고 평범하게 살아갈 환경을 만들면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 계획이 그 변화의 역사에 힘이 되는 시작이길 바란다”고 했다. 

[자료=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편,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이 발표되기 전부터 장애인 '탈시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설 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며 현재까지 19,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본인을 중증 발달 장애를 갖고 있는 30세의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시설) 정원이 축소되고 같이 생활하던 아이들이 퇴소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어 사지에 내몰려 있는 중증발달장애인 갖고의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게시판에서 “거주시설의 입소 정원이 축소되는 와중에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탈시설 정책으로 인해 장애인 거주시설 정원이 줄어들면서 이용자가 미신고시설이나 개인시설로 몰리는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시설은 행정 기관의 감독의 범위 밖에 있기에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상황이 막막하거나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장애인의 경우,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호를 요청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장애인을 학대하는 정황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고 장애인 미신고시설에 대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왜 (자녀의 탈시설을) 반대하느냐고 한다. 그러면 저희도 반문한다. 아무 준비 없이 지역사회 통합이라니? 장애아이와 같이 살면서 받았던 수많은 눈총과 ‘이런 애를 왜 데리고 다니냐?’고 서슴없이 말하는 경멸의 말들이 떠오른다”며 “지역사회는 장애인이 들어와서 사는 것을 환영하는데 (우리가)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나? 장애인의 지역사회통합을 논하기 이전에 이 사회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인가를 직시해주시기 바란다. ‘탈시설 정책’을 실행하시려면 먼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JTBC]

특히, 그는 “발달 장애들의 문제행동(도전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가 나기도 하고 감정조절이 어려워 타인을 구타하기도 하고 자해행동을 하기도 한다”며 “탈시설을 논하기 전에 이런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책임제가 선결되지 않은 한 그 부모와 형제까지도 무한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제주시 서귀포에서 40대 어머니와 10대 발달장애 아들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6월에도 광주광역시의 외곽에 주차돼있던 승용차에서 60대 어머니와 자폐성 장애가 있는 2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29,700명 중에 23,700명이 지적·자폐성 장애인이다. 결국 거주시설 이용의 79%가 중증발달장애인인 셈이다.   

그는 “탈시설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 사람들은 대부분 신체 장애인으로, 시설이 필요하지 않고 지역에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분들”이라며 “시설의 도움없이 살아가는 것이 힘든 중증발달장애인에게 무조건적인 탈시설 요구는 명백한 폭력이며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광주시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24시간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며 “장애의 종류가 다양하고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가 있는 한 그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여러 안전망이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