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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칼럼] 이해하는 마음
[박세호 칼럼] 이해하는 마음
  • 박세호 기자
  • 승인 2022.12.0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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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 표지판  Ⓒ 박세호
교통안전 표지판 Ⓒ 박세호

지난 달 1호선 동인천가는 급행 시간에 맞춰 시내 전철을 타고 가는데, 한 정거장에서 문이 열렸다. 그런데 웬 휠체어 하나가 못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나이도 있고,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는 편이 아닌데 휠체어는 내가 사고를 당해 타 본적도 있어서 본능적으로 앞서 뛰어갔다. 턱이 높아서 못 들어오고 있기에, 몸을 낮추고 앞쪽 밑단 지지대를 잡아당겼다.

젊은 청년이 타고 있었는데, 누가 뒤에서 잘 못 밀었는지 각도가 약간 틀어져있었다.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순간, 내 양쪽 귀를 누군가 세차게 압박하는 듯했다. 문이 닫히면서 머리통과 양팔이 끼었다.

다급하게 몸을 뺐는데, 차는 이미 출발하고 있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그 휠체어 청년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런다고 뒤에 가던 급행이 지정 시간에 완행을 추월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전철이 지체하면서 쉽게 기다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내버스라면 아마 다 탈 때까지 운전기사분이 정차해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제야 같이 타고 있던 승객들이 괜찮으냐고 걱정을 하면서 내 옆으로 와 위로를 해주었다.

내가 오래 전 도로에서 교통사고 직전에 탈출했지만, 재활치료를 받을 때 병원 안에서는 휠체어에 능숙했지만, 밖으로 나가서는 몇 번 넘어지고 나서 도로 돌아왔던 적이 있다. 전철역에서는 더 힘들고, 당사자와 보호자 모두 요령을 숙지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휠체어 장애인의 입장도 되어보았고, 급행 시간에 맞춰가는 승객의 입장도 되어보았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가 있다.

본 기자가 시민대학에서 5주차에 걸쳐 논문쓰기 강좌를 들을 때 그 분야의 실력 있는 젊은 현직 교수가 와서 가르치는 한 편으로, 뒤에서는 경험 많은 학습매니저가 수업준비와 수강생 편의를 위해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수업내용을 요약한 교재를 만들어 배포해준 것은 그 학습매니저의 수고가 있기에 가능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시니어 세대 수강생들이 이 두 분의 노고를 모를 리 없었고, 성의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학습매니저의 경력사항을 무심코 보다가, 그 여성분이 서울시 oo구 장애인학교에서 자연과학에 관한 평생교육 수업을 맡아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화도 할 줄 아는가 물었더니, 몇 마디 기초적인 것밖에 모른다고 겸연쩍어 하면서 수화통역사가 도와준다고 했다. 며칠 지나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는데, 그 내용은 수업을 할 때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느냐는 나의 질문이었다. 역시 의사교환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옆에서 다들 도와주셔서 오히려 잘 지냈다고 한다. 특히 장애인에게서는 진심어림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올해는 장애학교에서도 환경교육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말 그럴 것 같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산업과 개인의 안전과 생활수준까지 지배하는 것이 환경문제인데 그 교육에서 누구라고 예외가 될 수 있겠는가? 마지막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비장애인이 누리고 있는 것을 최대한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는 소감이 첫째였다.

그 다음은 많은 기관들이 외부와의 교류를 원하지만, 동시에 외부인들의 손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부담스러워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그 다리의 역할을 하기도하며 노력하고 산다는 고백이었다. 다리가 된다는 것, 혹은 다리가 되려고 한다는 것까지 만이라도 얼마나 보람된 일이겠는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땅에 최초의 한국인 양의(洋醫)인 박 에스더(김점동, 1877-1910)를 양성해준 미국인 의료선교사인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일생에 관한 의문이 하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떠올랐다. 지난 해 돈의문박물관마을과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역을 각각 취재할 적의 이야기다.

그의 의료봉사 활동 중 또 하나의 큰 공적사항으로 한글 점자(평양점자)를 만들어 보급했다는 점이 꼭 인용되곤 한다. 더불어 맹인 소녀를 위한 특별 학급을 만들었고, 평양맹학교를 설립했다. 더욱 보편적인 ‘훈맹정음’ 점자가 이 땅에 선 보이기 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로서 큰 의미가 있다.

그의 환자들과 직접 관련된 당면사항도 아닌데, 굳이 어렵게 점자를 개발하는 에피소드가 생소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었다. 그가 직접 미국에 가서 점자 방식을 교육도 받았고, 조선에 맞는 문자에 따라 새로운 점자체계를 구축해 한글점자책의 개척자가 된 것이었다. 능력 있고 재주가 출중한 분이니 새로운 발명 성과도 내려는 것이구나 하고 막연히 추측했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하니, 그보다는 좀 더 남다른 사연이 심어져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장애인들의 고충과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속한다. 창조주가 허락한 축복을 그런 신체적인 불편 따위로 가로막히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절박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해,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 것이라고 어렴풋이 공감이 되었다. 가난과 무지와 탄압 속에서 조선인 시각장애 아동들의 삶은 2중고, 3중고로 정말 비참했다.

야만적인 일제 강점기의 암흑기에 진척이 된 이러한 섬김과 봉사의 전통은 그 아들인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에게도 이어져 이들의 활동은 대를 이어 성과를 내고 있다. 아들 셔우드 홀은 결핵 퇴치를 위해 크리스마스실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 모자가 조선 백성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은 다리가 되어준 것이었다. 이들 일가는 죽어서도 한국 땅에 묻혔다.
 

사회적인 약자를 돕고, 그들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에 속한다. 자기 발등에 불을 끄기도 바쁘고, 제 가족 돌보는 것만 해도 제대로 못하면서 말이다. 정책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내가 할 일이 따로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맞는 얘기다. 그런데 공공정책도 국민의 이해와 협조 위에서 더욱 큰 성과를 낸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혀간다는 것은 꼭 필요하고 값진 일이라고 하겠다.
 

외국인선교사묘지의 로제타 셔우드홀 가족 묘역 Ⓒ 박세호
외국인선교사묘지의 로제타 셔우드홀 가족 묘역 Ⓒ 박세호

 

가을 꽃 풍경 Ⓒ 박세호
가을 꽃 풍경 Ⓒ 박세호

 

아름다운 자연환경 Ⓒ 박세호
아름다운 자연환경 Ⓒ 박세호